[기사보다 긴 썰] 쿠팡과 공정위는 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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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다 긴 썰] 쿠팡과 공정위는 왜....②
  • 김현우 기자
  • 등록 2024-07-05 09:01:00
  • 수정 2024-07-05 17: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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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알고리즘, 과연 공정한가?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알고리즘의 편리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 바탕에는 알고리즘은 나름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는 최소한의 공정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설계자가 알고리즘을 바꾸면 이용자는 바뀐 알고리즘을 통해 설계자의 의도대로 행동 변화를 보이지만 이용자는 이를 알아채기는 어렵다. 


알고리즘의 위험성은 여기에 있다. 아니 불공정성이라 해야할까?




쿠팡의 PB상품



쿠팡은 PB상품, 직매입 판매와 입점셀러의 상품 판매 중개를 동시에 하는 이중적 위치의 플랫폼이다. 자신들이 직접 판매자인 동시에 여러 판매자들이 쿠팡에 입점하여 판매하기도 한다. 판매공간 쿠팡에서 판매자 쿠팡과 입점업체들은 경쟁자인 셈이다.


쿠팡의 자회사 CPLB에서 제조하는 상품들쿠팡의 자회사 CPLB에서 제조하는 상품들 (쿠팡 뉴스룸)


2020년 7월 PB사업부를 분사해 CPLB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보통 PB상품은 기존의 히트 제품들을 유사하게 만들어 낸다. 최초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R&D 비용이 많이 세이브된다. 뿐만 아니라 시장에 나왔을 때 이미 먼저 히트친 상품이 인지도를 높여놨기에 소비자들도 낯설어 하지 않는다. 신상품이 대한 이해나 적응도 필요없다. 먼저 나온 그거랑 비슷한거라고 하면 다 이해한다. 


다만 본제품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선점하고 있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PB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쿠팡은 경쟁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보통의 경우 신제품을 출시하면 그에 맞춘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한다. 제품의 주고객층에 맞춰 광고 채널들을 선별하고, 고객에게 소구할 수 있는 광고를 집행하며 인지도를 쌓는다. 많은 비용과 노력은 물론 시간이 들어감은 당연한 일이다.


쿠팡의 설명에 따르면 쿠팡 PB상품의 90%는 중소기업에서 제조하며, 쿠팡은 대기업 속에서 생존이 어려운 우수 중소기업의 상품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고 했다.  또한 중소기업의 제품 판매를 지원하고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5년간 1조 2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래서였을까? 쿠팡은 좀 더 약발 좋고 빠른 길을 선택했다.




알고리즘 변경은 효과좋은 마케팅일까? 위법한 조작일까?



보통의 쇼핑몰 랭킹 알고리즘은 가격, 판매량, 평점 등의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의된다. 이 알고리즘을 통해 결정되는 순위를 이용자들은 공정하게 생각하며, 구매 의사 결정시 큰 영향을 미친다.


쿠팡은 프로덕트 프로모션(직매입상품과 PB상품을 1, 2, 3위 등 상위 고정 노출), SGP(직매입 패션상품과 PB상품에 대하여 기본 검색순위 점수에 1.5배를 가중),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직매입상품과 PB상품에 대하여 검색어 1개당 최대 15개까지 검색순위 10위부터 5위 간격으로 고정 노출)의 방식으로 알고리즘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 결과 검색 순위 100위 밖에 있던 쿠팡 PB상품들이 순식간에 1,2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물론 소비자들은 이를 알 수 없었고 단순히 쿠팡이 설계한 알고리즘에 의해 쿠팡랭킹이 산출된 것으로 인지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그 사이 매출도 크게 올랐다. 프로덕트 프로모션을 적용한 상품의 고객당 매출액은 약 76%가 증가했고(2019년 2분기), SGP 대상상품의 고객당 총매출액은 19%증가(2020년 12월)했다.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 제품은 총매출액이 46%증가(2021년 10월)했다.


그 사이 쿠팡 이용자들은 검색결과에 원하는 결과값이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매출의 증가세를 보면 쿠팡이 표현하는 알고리즘 변경 프로모션은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 내부 문건에서 알고리즘 변화에 따른 상품 노출량, 매출의 변화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관리해왔다고 한다. 또한 이 행위가 위법성이 있지 않았을까에 대한 인지와 보고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쿠팡은 알고리즘의 위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알고리즘의 변화와 매출의 상관관계를 이미 쿠팡이 알고 있는 상태로 의도적으로 조작했으며, 자신들의 물건(PB상품)을 입점한 셀러들과 경쟁하면서 판매하는데 있어 쿠팡에게 유리하게 적용했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며, 소비자들을도 기만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쿠팡의 주장처럼 조작이 아니라 진열로 볼 수는 없나? 


쿠팡은 공정위의 제재에 모든 유통업체들이 자사 BP상품을 상위 노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쿠팡은 공정위의 제재에 모든 유통업체들이 자사 BP상품을 상위 노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 뉴스룸)

공정위는 쿠팡이 설계한 알고리즘에 대해 이용자를 속일 목적이 있는 조작이라고 보았다. 이에 대해  쿠팡은 판매자의 상품 진열을 문제삼는 과도한 제재이며, 지속될 경우 로켓배송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 대립의 본질은 그 동안 우리 주변을 가득 채워왔지만, 전혀 논의되지 않은 알고리즘에 있다. 잘 짜여진 알고리즘은 사용자를 즉각 변화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어떠한 서비스에도 알고리즘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있다. 그들만의 영업비밀인 셈이다. 


넷플릭스는 공식사이트에 그들의 추천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요소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요소일 뿐 프로모션, 자사 콘텐츠에 관련된 가중치 등등에 대한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기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조합되더라도 우리가 알 수 있을까? 아니면 조작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어떤 이유로 알고리즘이 변경되더라도 눈치채기는 어렵다. 정의되지 않은 알고리즘이 변경되었을 때 이것을 위계를 위한 조작이라고 볼 수 있을까는 하나의 쟁점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알고리즘 트렌드의 변화다. 쇼핑몰 초창기 쇼핑몰 검색 트렌드는 랭킹이었다. 추천순, 검색순, 판매순 등을 조합한 순위 순으로 보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화가 추세이다. 개인별 구매이력, 취향, 유사 구매자들 등을 조합해서 개인화된 추천을 보여준다. 이런 추천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상황이 된다면 공정위가 이전의 잣대로 위법성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미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은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그에 맞는 새로운 규제 원칙도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세상에 살고 있다. 알고리즘마다 설계자의 의도가 있고 그대로 작동하지만 우리는 그 의도를 어림잡아 짐작할 뿐 정확하게 모른다. 보이지도 않는다. 이러한 세상에서 공정성을 논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변하는 세상에 맞는 공정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필요하지 않을까?





김현우 기자 (opinion@factos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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