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달청이 공공조달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 엄중한 제재 조치를 내리며 공정 조달 기반 강화에 나섰다. 입찰 담합을 벌인 2개 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하고, 규격을 위반하거나 직접 생산하지 않은 제품을 납품한 16개 사로부터는 6억 7,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3일 조달청(청장 백승보)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테스팅 시스템 구매 입찰과 유기응집제 다수공급자계약(MAS) 2단계 경쟁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투찰 금액 등을 모의한 2개 기업을 적발해 공정위에 고발 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달청은 이들 기업의 행위 중대성과 담합으로 인한 계약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발 요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당이득금 환수가 결정된 16개 기업은 교통신호등, 버스승강장 등 총 11개 품명에 걸쳐 직접생산 기준 위반, 계약 규격 위반, 우대 가격 유지 의무 위반 등의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조달청은 이들 기업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조치를 완료한 데 이어, 후속 조치로 부당하게 챙긴 6억 7,000만 원 상당의 이득금을 전액 환수하기로 했다.
김지욱 조달청 디지털공정조달국장은 "공정경제 확립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조달 시장 내 불공정 행위를 엄정하게 차단하겠다"며, "앞으로도 조사부터 환수까지 전 과정을 더욱 촘촘히 관리해 공정한 조달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다수공급자계약(MAS) 2단계 경쟁
조달청이 3개 이상 기업과 단가 계약을 체결해 놓은 물품(MAS)에 대해, 공공기관이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할 때 계약된 기업들끼리 다시 한번 가격 및 품질 경쟁을 치르게 하여 최적의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제도다.
직접생산 확인 제도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을 구매할 때, 해당 중소기업이 공장과 생산설비를 갖추고 실제로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하청 생산이나 '무늬만 중소기업'인 위장 업체의 조달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발요청권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등 위법 행위에 대해 고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더라도, 조달청장 등이 국가 재정이나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정도 등 '다른 사정'을 이유로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다. (공정거래법 제129조 제4항)
[조달청의 고발요청권 행사 배경]
조달청이 공정위에 직접 고발을 '요청'한 것은 공정거래법 제129조 4항에 명시된 '의무고발요청제도'를 적극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본지가 추가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과거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권한)으로 인해 조달 시장의 고질적인 담합 근절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조달청 등 관련 부처가 사회적 파급효과나 국가 재정 낭비 규모 등을 고려해 공정위에 고발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이번 조치 역시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조달 시장의 투명성을 한층 더 끌어올리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