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자체 개발한 '재활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전국 현장 실증을 통해 환자의 신체기능 향상 효과를 입증하며 치유농업의 새로운 수요 창출 가능성을 열었다.
농촌진흥청은 2025년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산학협력지원사업을 통해 전국 4개 권역(충청·전라·경상·제주)의 6개 요양병원과 13개 치유농장에서 총 122명을 대상으로 재활 치유농업 현장 실증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뇌졸중 후 편측마비(몸 한쪽 마비) 환자의 후유장애 완화를 돕기 위해 기획되었다. 마비 측 근육 활성에 도움이 되는 '앉아서 물주기', '서서 수확하기', '호미로 고랑만들기' 등 7종의 농업 동작을 16주간 자연스럽게 반복 수행하도록 구성됐다.
실증 결과, 참여자들의 근육 건강도는 28.9% 개선되었으며, 신체수행기능(SPPB)은 25.6% 향상되는 유의미한 효과를 거뒀다. 다만, 자발적으로 참여한 그룹에서 근육질 향상 효과가 크게 나타난 반면, 기관 차원에서 수동적으로 참여한 인원은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아 자발적 동기 부여가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장의 호응도 높았다. 참여자들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은 손과 발을 쓸 기회여서 좋았고, 쓸 수 있다는 걸 깨달아 좋았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설 운영자와 치유농업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8%가 지역사회 연결 및 농장 수익 증가 등을 이유로 향후 프로그램 운영을 적극 희망한다고 답했다.
기존의 치유농업이 주로 노인, 아동, 만성질환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실증은 재활 의료 분야로 치유농업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편측마비
뇌졸중 등이 발생했을 때 뇌 한쪽이 손상되면서, 그에 따라 반대 측 신체가 마비되고 퇴화하는 대표적인 후유장애 증상이다.
고유 수용성 감각 (Proprioception)
자신의 신체 위치, 자세,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감각으로, 균형 및 운동 조절의 기반이 되는 재활 치료의 핵심 요소다.
신체수행기능 (SPPB)
주로 노인이나 재활 환자의 하지 기능, 보행 속도, 의자에서 일어서기 등을 측정하여 신체의 전반적인 운동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농업을 통한 재활 및 치유는 전 세계적인 선진 의료·복지 트렌드인 '케어파밍(Care Farming)' 혹은 '그린케어(Green Care)'와 맥락을 같이 한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나 영국 등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수천 개의 치유농장을 국가 의료보건 및 사회복지 시스템과 연계하여 운영 중이다.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 치유농장에서의 활동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정도로 의료적 가치를 깊게 인정받고 있다. 한국 역시 이번 농촌진흥청의 '재활 치유농업' 실증 성공을 계기로, 단순한 체험형 농업을 넘어 의료적 처방과 결합된 형태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