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입시커뮤니티에서 학부모들이 과탐 점수를 깔아주겠다며 수능을 접수했다는 사실이 자극적인 헤드라인의 뉴스기사로 도배되었다. 심지어 지역 커뮤니티가 아니었음에도 "대치동" 학부모라는 근거없는 키워드마저 넣어 수능의 공정성을 깨는 악마로 만들어냈다.
기사에 대한 댓글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고, 논설들 역시 같은 기조였다. 일부 학부모들의 행위로 입시의 공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올해의 입시는 공정한가부터 따져봐야할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수능접수증 인증
갑작스런 입시의 변화를 막기위해 고등교육법은 대학입학과 관련된 전형계획에 대해서 사전에 예고하도록 법제화해두었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에 걸쳐 입시를 겪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예고에 없던 변화가 많아 수험생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6월 모의평가까지 공부했던 수험생들을 모두 리셋시켰던 킬러문항 사태, 과탐을 선택하지 않아도 공대에 진학할 수 있게 만든 일명 사탐런, 갑작스런 의대 2000명 증원 등 입시판은 그야말로 대공황 상태이다.
의대 증원으로 시작된 의대생 집단 휴학은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에게는 또 다른 재앙이다. 전국 최상위권 수험생 집단이었던 의대생들이 1년동안 수업을 진행하지 못한 채 다시 입시판으로 흘러들어왔다. 의대를 목표로하는 최상위권 N수생,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휴학하게된 의대생들까지 합류한 올해의 수능은 고3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또 다른 변수는 사탐런이다. 주요 대학들이 자연계열 지원에도 사탐을 선택과목으로 인정하면서 과탐 하위권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학습량이 적다고 판단하는 사탐과목으로 빠져나가게 됐다. 중하위권이 빠져나간 기존 과탐 응시생들은 백분위가 무너저 내리게 되거나,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모이게 되어 표준점수에서도 난이도 대비 손해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학부모가 직접적으로 수능에 응시해서 점수를 깔아주는 행위 자체가 응원받고 칭찬받을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그 행위 자체에 함몰되어 악마화하기 이전에 이러한 문제행동에 왜 나오게 됐는지, 현재 우리 입시 현실이 얼마나 무너져있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미래가 걸린 입시와 교육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김현우 기자(opinion@factosmedia.com)